부활 제2주일 가해 강론

윤종국 마르꼬 신부
2020-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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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일의 복음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용서의 성령'을 불어 넣어 주시는 대목이고, 두 번째 부분은 토마스 사도의 불신앙 대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다시 나타나시어, 토마스 사도에게 당신의 부활하신 몸의 육체성을 확인시켜 주십니다.

예수님의 육체성을 확인한 토마스 사도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공동체가 탄생한 것입니다.

오늘 1독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신으로 믿고 고백하는 공동체의 생활 모습을 전해줍니다. 이 공동체는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 친교를 이루며 예배를 드리는 공동체였습니다.

특별한 점은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필요한 대로" 받아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탈출기에 나오는 광야 공동체를 떠오르게 합니다. 탈출기 16,16-18은 만나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렇게 전합니다. "'너희는 저마다 먹을 만큼 거두어 들여라.' ... 더러는 더 많이, 더러는 더 적게 거두어 들였다. 그러나 오메르로 되어 보자, 더 많이 거둔 이도 남지 않고, 더 적게 거둔 이도 모자라지 않았다. 저마다 먹을 만큼 거두어 들인 것이다." 이어지는 탈출기 16,20은 욕심을 부려 만나를 더 거두어 들이고 남겼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전합니다. "그것[만나]을 아침까지 남겨두었다. 그랬더니 거기에서 구더기가 꾀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이 구절은 재물을 독점하고 이기적으로 소유하는 것의 결과가 곧 부패임을 성찰하게 해 줍니다.

그리스-로마 사회에서 사유재산권은 신성한 권리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유재산권의 침해는 그만큼 중대한 죄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그리스-로마 사회에서 공동 소유-공동 분배 공동체가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이런 공동체의 생활 모습은 사도 4,32-35에서 한 번 더 묘사됩니다.

초대 교회 공동체는 주님의 재림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었답니다. 그래서 현세의 재산이 필요없다고 생각하여 재물로부터 이처럼 자유로운 태도를 보일 수 있었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재림이 오지 않았습니다. 바오로 사도와 초대 교부들은 주님의 재림과, 재물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사도행전이 전하는 공동체의 공동 소유-공동 분배의 이상은 교회 공동체의 이상으로 남았습니다.

이런 강력한 이상의 근거는 바로 '희망'입니다. 오늘 2독서가 바로 그 희망을 잘 보여줍니다.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을 주셨고, 또한 썩지 않고 더러워지지 않고 시들지 않는 상속 재산을 얻게 하셨습니다. 이 상속 재산은 여러분을 위하여 하늘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이 세상에 있지 않습니다. 때로 우리는 신앙보다 현실적인 조건을 앞세우기도 합니다. 이런 태도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으며, 하늘에 희망을 두고 사는 그리스도인의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당대에 신성하다고 여겨진 사유재산권마저 기꺼이 포기한 초대 교회 공동체의 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성찰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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